지난 주말 엘 클라시코는 사비 알론소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승부처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2-5 대패를 당한 후 알론소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으며, 시즌 초반 장밋빛 분위기는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알론소와 그의 코칭 스태프는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리버풀 등 강팀들과의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또 다시 미끄러질 경우 구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를 차례로 격파하면서 다시 좋은 흐름을 찾아온 알론소는 이제 구단의 압박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선수단과의 관계 측면에서도 이번 승리는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알론소와 일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여러 1군 선수들은 알론소의 선수 관리 방식과 새로운 변화들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 상황은 지난 경기에서 비니시우스가 알론소의 교체 선택에 불만을 드러낸 한 장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디 애슬레틱은 레알 1군 선수단, 코칭 스태프, 구단 수뇌부와 관련된 많은 소식통들과 대화를 나눈 후 현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지난 6월 레알에 부임한 알론소는 4년 동안 카를로 안첼로티의 지도를 받은 레알 선수단에 많은 나쁜 습관들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론소가 선수단에 전달한 첫 번째 메시지는 수비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클럽 월드컵을 치른 후 8월 4일에 프리시즌을 시작하며 알론소는 주장단을 포함한 고참 선수들과 미팅을 가졌다. 알론소는 라커룸의 기강을 다지기 위한 새로운 규율들을 정했다. 고참들은 주요 항목들에 동의한 후 나머지 선수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그 중에는 근태 철저(원래는 지각 벌금이 없었다), 훈련 강도 향상 등이 있었다.

"알론소는 일상적인 훈련에서도 기강을 확립하려 했으며, 스케쥴을 확실하게 지키고 실내 체육관 운동 시간과 비디오 분석 시간을 늘렸다." 레알 훈련에 관여하고 있는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런 변화는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1군 선수들과 가까운 여러 소식통들은 선수단 내에 이런 변화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고참 선수들이 자신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안첼로티와는 대조적으로 선수들에게 더 엄격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알론소의 스타일 때문에 경기 중에 자유도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 중 일부는 그렇게 많은 지시를 받지 않고도 우승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알론소가 그런 것들을 요구했을 때 불평했다. 이건 비밀이 아니고, 이미 공개적으로도 그런 불만들이 몇 번 드러났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특히 언터처블이었던 선수들은 더 그렇게 느꼈다." 한 소식통이 말했다.

한 선수와 가까운 또 다른 소식통은 훈련 세션에 거의 관여하지 않던 감독(안첼로티)에서 거의 선수처럼 직접 참여하는 감독(알론소)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선수들은 알론소가 선수단과 거리를 두고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선수단 내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던 안첼로티와 또 대조가 되는 부분이다.

"그는 자신이 펩 과르디올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아직 그는 알론소일 뿐이다." 한 고참 선수와 가까운 소식통이 말했다. 다른 몇몇 소식통들도 알론소를 과르디올라에 비유했는데, 긍정적인 의미도 있었고 부정적인 의미도 있었다.

이런 선수단과의 거리감은 훈련 세션에 관여하는 전문 코치들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알론소가 가져온 변화 중에 하나는, 특정 훈련을 진행할 때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스태프들만 참여하도록 바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알론소는 경기 중에 라커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원의 수를 축소했다. 그래서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 때 선수단과 동행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어 좀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모든 스태프들이 라커룸에 들어올 수 있다.

반면, 선수 측근들의 경우 훈련장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다. 알론소가 부임하기 전에는 선수 가족, 에이전트, 친구들까지도 훈련장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상황이 흔하게 발생했다.

알론소와 그의 스태프들은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자 했다. 라커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외부에 유출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했다. 이건 라인업 유출 문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은 경기 전에 언론에 선발 라인업이 유출되는 일이 빈번했다.

알론소는 첫 경기 라인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는 클럽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기 전에 선수단을 믿고 선발 라인업을 미리 발표했다. 하지만 곤살로 가르시아가 선발 출전한다는 소식이 유출됐고, 이 테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 다음부터는 이런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코칭 스태프들과 가까운 소식통에 의하면, 기존 구단 환경이 성공을 거두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론소 사단 스태프들은 구단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태프들은 처음부터 그들의 계획대로 팀이 돌아가도록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알론소 사단에게는 어느 정도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성적 외에도 기념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모든 레알 선수들이 알론소 체제의 변화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알론소의 전술적 유연성과 적극적인 로테이션은 선수단과 가까운 소식통들이 가장 많이 칭찬한 부분이다.

안첼로티와는 달리 어린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딘 후이센, 알바로 카레라스, 프랑코 마스탄투오노 같은 어린 신입생들도 기회를 많이 받고 있으며 아르다 귈러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가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경기력과 성적이 점점 더 좋아진다면, 알론소는 선수단 내부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론소도 레알이 얼마나 압박감이 심한 구단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알론소와 선수들의 관계가 또 어떤 스토리들을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